왜 나는 개발자가 되려할까

January 12, 2025

거창한 제목에 비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 개발 블로그의 첫 글로 어떤 내용이 좋을까 고민하다 너무 딱딱한 내용보다는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이 주제를 정하게 되었다.

직업에 대한 생각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라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생각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취업하기 전 대학생 시절 내가 생각한 직업은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이었다. 하고 싶은 게 명확히 존재하지도 않았고, 열심히 무언가를 몰입해서 노력한 경험 역시 없었다. 전자과를 졸업하여 내가 생각하는 직업의 정의인 돈벌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당시 시장이 좋던 반도체 업종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고, 좋은 시장 탓인지 어렵지 않게 취업에 성공하여, 또래보다 좋은 보수를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몇 개월은 생각대로 행복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을 마음대로 쓰고 싶은 곳에 쓰는 재미 덕분에 일에 대한 의문이 생길 틈도 없었다. 하지만 그 재미는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끝나버리고, 직업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앞으로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던져봤을 때, 도저히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단순한 업무여서 이런 고민이 생기는 걸까? 라는 생각에 더 큰 회사로 이직하여 좀 더 전문적인, 또 더 많은 돈을 받았지만, 여전히 고민은 그대로였다.

변화한 생각

오랜 시간 고민하며 내린 답은 내가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는, 더하여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평생을 즐겁게 일 할 수 있겠다는 결론이었다. 솔직히 이때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냥 재미없는 일을 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바로 퇴사했다. 그 후 이곳저곳 여행 다니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몇 달 살아보고 사실상 현실 도피에 가까운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슬슬 지갑 걱정이 생겨날 때 즈음해서 내가 그동안 해오고 배웠던 것 중 노는 것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흥미를 느꼈던 것이 대학교 시절 아두이노 수업을 통해 건축학과 와 협업을 진행했던 것이었고, 이 흥미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부트캠프를 시작했다.

전환점과 부트캠프

아직 개발자가 된 것은 아니니깐 전환점이라 하기에는 뭐하지만 적어도 지난 6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시간이었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내 흥미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들어온 부트캠프이지만 사전에 무언가를 알아보지는 않았다. 단순히 무료 국비학원이 아닌 유료 학원이면 무언가 다른 점이 있겠지 무언가 잘 알려주겠지 하는 의식의 흐름으로 신청해서 들어왔다. 사전과제가 있었지만 제주도에서 논다고 제대로 하지도 않고 부트캠프가 시작되었다.
약 2주간 다니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야 이거 단단히 잘못 생각했다…
부트캠프가 좋지 않아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나도 강도 높은 과정들이 이어져서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이걸 내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솔직히 살아오며 무언가를 열심히 몰입해서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볼 때도, 취업을 준비할 때도 다 내 노력 대비 좋은 결과들이 따라줬었다. 그런데 이건 대충 보아도 내가 생각했던 노력의 총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의 연속이었다.

지난 6개월과 지금

지난 6개월은 하루하루가 나 스스로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한 번도 몰입한 적이 없던 삶에서 한 번이라도 몰입해 본 적이 있는 삶으로 바꾸기 위해 매일 끝까지 버텨보자는 다짐을 이어왔다. 매일 새벽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들을 공부하며 습득하고, 또 새로운 벽을 마주하고 해결하고 이 과정들이 힘들었지만, 나의 흥미를 확신하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6개월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나 스스로는 정말 큰 발전을 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하다가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시 나를 마주하면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고 부족한 점은 더 많은 내가 보인다. 그럼에도 적어도 지금은 이 일은 직업으로 갖는다면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하고 싶다는 답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지금 당장은 프로젝트 개선하고, 이력서도 계속 보완하고, 취업이라는 1차 목표를 뛰어넘어 하루빨리 현업에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 가는 개발자가 되었으면 싶다.